이름은 왜 마지막까지 못 정할까 — 부모가 실제로 걸리는 세 지점
이름은 세 번 다 마지막까지 남았습니다. 조리원도 정하고 카시트도 골랐는데 이름만 안 정해집니다. 저녁마다 남편과 후보를 놓고 이야기하다 “내일 다시 보자”로 끝난 날이 셀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세 번의 기준이 매번 달랐다는 겁니다. 첫아이 때는 뜻을 제일 봤고, 둘째 때는 첫째 이름과 어울리는지를 봤고, 막내 때는 부르기 쉬운지만 봤습니다. 그러다 후보를 표로 옮겨 적어보고 알았습니다. 못 고르는 이유는 우유부단해서가 아니라, 이름 하나에 성격이 전혀 다른 기준 세 개가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 불렸을 때의 소리
이름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불리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종이에서 예쁜 이름과 입에 붙는 이름은 다릅니다.
첫아이 때 저는 뜻이 좋은 한자를 먼저 고르고 소리는 나중에 봤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크면서 알게 됐습니다. 하루에 그 이름을 백 번쯤 부릅니다. 밥 먹으라고, 위험하다고, 자자고. 뜻은 일 년에 몇 번 설명하는데 소리는 매일 씁니다.
성과 붙여 소리 내보면 걸리는 게 나옵니다. 성 끝소리와 이름 첫소리가 부딪혀 뭉개지거나, 두 글자 다 받침이 세서 부르는 데 힘이 들어가거나, 줄여 부를 때 엉뚱한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가 셋째 때 쓴 검증법은 단순합니다. 소리 내어 열 번 부르고, 화가 났을 때의 톤으로도 한 번 불러봅니다. 아이 이름은 다정한 순간에만 불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부르는 상황도 상상해 봅니다. 멀리서 불렀을 때 잘 들리는 소리가 있고 묻히는 소리가 있습니다.
조리도리 신생아 이름 순위 지금 실제로 많이 쓰이는 이름과 순위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두 번째 — 남들도 그 이름을 쓰고 있느냐
흔한 이름과 드문 이름 중 무엇이 나은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어느 쪽인지는 알고 정하는 게 낫습니다.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감각이 생겼습니다.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이 둘이면 성을 붙여 부르게 되고, 아이는 그걸 은근히 신경 씁니다. 반대로 너무 드문 이름이면 평생 철자와 발음을 정정해줘야 합니다. 병원 접수대에서, 학원 등록에서, 나중엔 회사에서.
둘 다 감수할 만한 비용입니다. 다만 모르고 감수하는 것과 알고 고르는 것은 다릅니다.
최근 어떤 이름이 많이 쓰이는지는 아래 순위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보를 여기에 대보면 “생각보다 흔하네” 또는 “이건 거의 안 쓰는구나”가 바로 드러납니다. 저는 둘째 때 이걸 알았다면 후보 몇 개를 일찍 뺐을 겁니다.
세 번째 — 뜻과 사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여기서 집집마다 갈립니다. 발음만 보는 집, 한자 뜻까지 맞추는 집, 사주를 보고 부족한 오행을 이름으로 보완하려는 집.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판단 근거로 삼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앞에서 적었듯 저희 집도 세 번의 기준이 매번 달랐는데,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기준을 먼저 정하고 시작한 세 번째가 제일 빨리 끝났습니다.
실무적으로 알아둘 게 하나 있습니다. 사주를 기준에 넣기로 했다면 순서가 바뀝니다. 사주는 출생 시각이 나와야 확정되므로, 태어나기 전에 후보를 좁혀두더라도 최종 결정은 출생 이후가 됩니다.
그래서 사주까지 볼 생각이라면 출산 전에는 발음·중복도 기준으로 후보군만 만들어두고, 출생 후에 좁히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사주를 보기로 했다면 출생 시각이 나온 뒤에 시작하면 됩니다.
출생신고 기한이라는 현실적 마감
고민이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출생신고 기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조리 기간 안에 이름을 확정합니다.
그런데 그 시기는 잠을 못 자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판단력이 가장 흐린 때에 평생 갈 결정을 내리게 되는 셈입니다. 저는 첫아이 때 그 상태에서 최종 결정을 했고, 지금도 가끔 “그때 조금 더 생각했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권합니다. 후보군은 출산 전에 만들어두세요. 출산 후에는 좁히기만 하면 되게. 출산 전에 무엇을 먼저 정해야 하는지는 결정 순서를 정리한 글에 있습니다.
세 번 짓고 나서 정리한 것
- 소리 — 성과 붙여 열 번, 화난 톤으로 한 번, 멀리서 부르는 상황으로 한 번
- 중복도 — 흔한지 드문지 지금 데이터로 확인하고, 감수할 쪽을 고르세요
- 뜻·사주 — 볼지 말지를 먼저 정하세요. 보기로 했다면 최종 결정은 출생 이후로
세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려 하면 결론이 안 납니다.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는 것이 이름을 정하는 실질적인 첫 단계였습니다. 저는 그걸 세 번째에야 알았습니다.
출처: 조리도리 (joridori.com)